먹고싸는것보다 읽고쓰는게 더 쉽다.
by 반쪽인생
또 다시 노무현. 그리고.

그리 오랜 시간도 아니다.
2002년 12월 19일. 인터넷을 통해 투표율을 지켜보며 친구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노무현 지겠다'. 
친구들은 몇몇은 애국자 나섰다며 신기해했고 몇몇은 당일 자신의 스케줄을 보내오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몇몇은 씹었고.

사실 반응이 중요한건 아니었다. 내 스스로를 향한 의식이라면 의식. 처음으로 정치를 고민하며 지지하기로 결정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절차였을 뿐이니까. 어찌됐든 노무현은 대통령이 됐고, 그 이후 내 인식도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지금은 춘추전국시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은 승리에 목말랐다. 토론에서 나가떨어진 패자들은 다시는 그들 앞에서 하소연할 수 없었다. 토론의 정치란, 사실상 토의의 정치가 돼야함에도 불구하고, 무수히 많은 패자들을 낳았다. 그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껴안고 가려는 정부는 없었다.
다시말해, 전적으로 옳고 반듯한 길만을 가려한다면 정치인이 돼서는 안된다. 그것은 수많은 학자와 법률가들의 몫이다. 흔히 의원나리들을 비난할때 쓰는 '음습한 야합과 타협의 정치'가 사실상 정치인의 본분이다.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협상과 인내와 설득의 달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고, 그것이 정치의 속성이다. 

그러나 노무현식 토론의 정치에는 타협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바른' 대통령에게 실망하기 시작했다. 독보적인 도덕적 우월감은 그렇지 못한 타인에 대해 관용으로 돌아와야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취임말기 오마이뉴스 기자를 불러 청와대에서 한 인터뷰에서 그는 '퇴임 후 등을 찔리지 않기 위해 검찰을 독립시켰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성과를 돌아보는 발언이지만 당사자들은 격렬히 반항했을테다. 그 말 한마디로 검찰은 권력의 하녀가 됐으니까. 네티즌이아닌 모시는 대통령이 직접 인정해버렸으니까.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장을 입고 집을 나섰다. 얄궂게도 죄수호송차같은 버스를 타고 대검으로 향했다. '면목없다'고 말하는 그를 아침에 생중계로 보면서, 갑자기 마음이 울컥했다. 내 지난 5년의 기대가 모두 허사가 되는 듯한 느낌. 그는 거기 서서 그렇게 말하고 있어서는 안되는 거였다. 입바른 소리만 해대서 여럿을 실망시켰더라도, 시골 촌부 형님이 구속이 되더라도, 그래도 그마저 거기 서서는 안되는 거였다.

검찰이 무리수를 둔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이정도 혐의라면 직접 조사를 해야하는 것도 맞다. 더군다나 그를 제외한 온 가족이 다 범죄에 연루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
그래도 지난 5년간은 변화를 지켜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의 말대로 잘다녀오기를.
 정치혐오증이 생겼다.
by 반쪽인생 | 2009/04/30 13:06 | b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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